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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주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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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연홍  |  출판사 : 도서출판말씀
발행일 : 2004-07-15  |  (155*210)mm 212p  |  89-955165-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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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연홍 시인의 시를 문학적으로 평가할 능력이 없다. 그러나 그의 시를 대하는 순간 지금까지 읽어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의 시가 내 앞에 소담하게 펼쳐짐을 발견하고 그의 시들의 묘한 흡인력을 느끼지 않을 없었다.

정연홍의 시는 우선 추상적이지 않고 형이상학적이지 않으며 난해하지 않아 좋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친숙한 글을 지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시는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소재들로 우리에게 다가와서 좋다.

그는 땅을 말하고 그의 아버지를 이야기하며 우리의 삶의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를 언급한다. 정연홍의 시는 그러나 자연적이고 향토적인 소재와 정서에 묶여있지 않아 좋다. 그는 그가 발 디디고 사는 땅에 대한 애착과 감사를 표하며 창조주 하나님을 노래한다. 그의 아버지와 그가 하는 일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서는 육신의 아버지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신뢰와 존경이 드러나며 그로 인한 하늘 아버지에 대한 깊은 감사가 스며난다. 메주와 된장과 간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꼼꼼히 살피는 그의 눈은 그 속에서 먹거리의 제조과정이 아니라 민족의 한 많은 역사를 통찰하고 있다.

이렇게 정연홍 시인의 눈길은 땅에서 시작하여 인간 그리고 하나님에게 이르며, 하나님으로부터 다시 인간과 자연에로 내려오는 사색의 여행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자연을 음미하며 인간을 내관(內觀)하고 사회를 성찰하며 역사를 응시하는 그의 시심의 예사롭지 않음이 드러난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골풍경을 그리는 수채화 같은 정연홍의 시이지만 그 속엔 우리 사회와 역사를 보는 시인의 긴장된 시선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그 긴장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오직 그에게로 돌아감과 사랑을 통한 해결에의 확신으로 인해 다시 평화와 희망의 노래로 용해되고 있다.

- 이수영 (새문한교회 담임목사)
제 1장 생명의 땅

여름 폭우, 가을 바람, 겨울 돌풍을 견뎌온 수진원에 들어서면 눈물과 고향이 있고 보글 보글 끊는 된장 찌개가 있어 이 세상의 모진 바람도 마음에 품어 잠재워 주고 싶다. 하늘에는 구름기둥이 숨쉬고 있고 시냇가엔 고기떼가 예서 제서 활개치고 있다.

나의 아버지는 이 수진원의 머슴이다. 그는 우리 된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아름다운 꿈을 12년 동안 마음의 색지에 곱게 그리다가 하늘 맑고, 물 맑고, 공기 맑은 곳을 찾아 31년 전 이 곳 삼성리 고향 까지 오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척박했던 구두약 산업에 뛰어들어 정상으로 올려 놓고는 미련없이 내려와 깨끗한 물, 흐르는 정을 따라 수진원까지 실려 온 것이다.

이 수진원의 물은 남한강과 북한강의 물이 내려와 합류하는 물이다. 뿐만 아니라 봄부터 가을 까지 찔레서부터 국화 까지 꽃가루가 장을 익혀주는 청정지역이다.

그는 황무지였던 수진원을 개간하여 젖소와 닭, 돼지, 개 등을 길렀고 줍지 않아도 떨어지는 과일나무를 심어 땅을 일구어 기름지게 한 후 2만여평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알콩 달콩 콩밭을 일구니 온 갖 새가 다 모여들어 이 콩밭에 취했다.
그는 자신을 머슴이라 부르며 안개 낀 첫 새벽부터 어둠이 몰려 올 때 까지 이 땅을 비옥하게 하였다.
그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려도 좋을 장을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31년간 장맛과의 선한 싸움을 다 싸웠다.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밖에 버리듯이 그는 "맛이 없으면 땅에 묻고, 다음 해에 다시 장 담그기를 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제대로 된장맛을 찾는데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입맛에 맞는 장에 80% 근접한 맛을 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생명은 하늘로부터 온다"는 신념으로 산다.
하늘의 만나라고 믿어지는 콩도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는 비가 와 줘야 콩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둘째는 깊은 물, 신선한 공기, 천일염, 따사로운 햇빛이 하나가 되어야 하고, 셋째는 미생물, 산수유와 밤나무의 꽃가루가 날아와 주어야 장이 익고, 마지막으로 사람은 소금물 타서 붓는 정도로 90%는 하늘이 하시는 것"이라고 31년간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들려 준다.


생명

흙이 있다
생명이 있다

바람이 분다
생명이 분다

꽃가루가 나른다
생명이 나른다

비에 젖는다
생명에 젖는다

강물이 흐른다
생명이 흐른다

장(醬)이 익는다
생명이 익는다

-진정 당신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당신 빛으로 저희는 빛을 보나이다- (시36:9)


아버지는 올해 82세로 죽음과 마주하고 죽음을 품고 살지만 죽음을 초월하여 싱싱하게 일한다. 새벽 5시에는 어김없이 일어나 먼저 장독대에 나간다. 마치 목자가 어린 양을 품에 품듯이 장독 하나 하나를 어루만지며 쓰다듬어 주고 5년 묵은 간장을 손끝에 찍어 맛을 보면 바람도 숨을 죽이고 비구름도 물러간다. 그리고는 구리 빛 능력의 팔에 목 장갑을 끼고 밭에 들어가 검은 흙을 향기로운 흙으로다듬는다. 저녁에는 또 책에 몰두한다. 시인이 시 한편을 쓰기 위해 물과 피를 다 쏟듯이 그는 눈물같은 장맛을 내기 위하여 당신이 손수 재배한 순수한 우리 콩으로 장을 담그고 머슴이 임금님 수라상에 올릴 장처럼 깊은 맛을 내기 위하여 혼신의 정성을 쏟는다.


아버지의 옥합

아버지는
하늘이 어리는 맑은 물
마음이 비취는 깨끗한 물
바람도 숨죽이는 생생한 물로
장을 담그신다.

별빛이 초롱초롱 빛나면
간장이 까맣게 익고
달빛이 환하게 웃으면
된장이 노랗게 뜨고
햇빛이 뜨겁게 달아오르면
고추장이 빨갛게 맛을낸다

아버지의 장독엔
깊이 깊이 그리움이 고인다
가득 가득 기다림이 쌓인다
오래 오래 정(情)이 묵힌다


이제 그의 소망은,
우리 된장 만드는 과정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어 배워가게 하고 가르치어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고 나아가 이 장문화가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맥으로 이어가게 하는 것이다.

수진원은 장담그는 일에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그의 살아 숨쉬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고 그의 음성을 따라 걷다보면 사라지고 싶은 곳이다.

수진원은 패랭이와 민들레가 쏙쏙 얼굴을 들고 길가에 나와 있는가 하면 냉이와 쑥이 문앞에서 눈이 시리도록 반가워 하고 달래와 꽃반지가 여기 저기서 목을 뽑고 기다리고 있다. 맑은 시냇가에서는 송사리떼와 피라미떼가 때를 만났고 푸른 풀에서는 메뚜기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파아란 풀밭에 누워 푸른 별 헤다 보면 별빛에 영혼을 헹구고 축축히 체온에 젖어드는 하늘의 은총에 응답하는 땅이다.


수진원의 서정시

하늘에는 부르심
땅에는 우러름이
화답하는 곳

하늘에는 영감
땅에는 시가
만나는 곳

하늘에는 능력
땅에는 정성이
손잡는 곳

하늘에는 바람
땅에는 꽃가루가
입맞추는 곳

하늘에는 기쁨
땅에는 감사가
하나 되는 곳



제 6장 섬김의 땅

계절을 바꾸는 하늘이 손사래치자 겨울 잠에서 덜 깬 산들이 안개의 잠옷을 벗고 일어나며 이슬처럼 슬픈 수진원은 설렘으로 눈을 뜬다. 문 앞에는 봄 물이 흘러 시름에 잠긴 강 물결을 몰고 간다. 은혜로운 이 땅에 생기가 모락모락 일어나면 사람들은 달리는 방향과는 달리 봄이 오는 소리를 따라 수진원에 들어선다. 발바닥에서 전해오는 포근한 흙의 호소에 귀를 기울인다.



사람들은
발바닥이 헤지도록
나를 밟고 지나가나

참고 견디며
찢어지는 가슴에
만물의 찌끼를 받아들여

하늘의 위로와
신선한 공기와
맛있는 단비로 삭혀내

가슴 밑바닥에 떨어진 씨를
생명을 잉태한 어머니 인양
촉촉히 적셔주며
겹겹이 풀어주며
절절이 키워주어

꽃과 나무와 곡식의 품이 되어
사람을 섬기고
모든 육체에
숨을 불어넣어 주시는
하나님을 노래한다.


수진원은 흙을 모체로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사람을 섬기는 것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긴다. 머슴 할아버지는 수진원 농장을 지상에서 제일 좋은 옥토로 깨끗하게 지키고 있고 그 땅에서 나오는 것으로 더 없이 좋은 식품을 만들고 있는 흙 사람이다.
오시는 손님 한 분 한 분을 맞이할 때도 수진원 땅에서 나온 것으로 손수 대접해 드리고 있는데 가을에 조롱조롱 불 밝히는 산수유 열매를 따서 설탕에 재어 두었다가 생수로 산수유차를 달여내고 노을 빛 호박죽을 끓여내면 손님들의 가슴은 따스한 주황색으로 풀린다.
봄이 되면 여인들이 몰려들어 된장을 구입하고 생수를 힘에 부치게 떠다 놓고는 쑥과 냉이와 여러 가지 봄 나물을 캐가고 계절따라 나무 열매도 따간다.
집에 돌아가서는 질그릇에 생수를 붓고 쑥이나 냉이를 넣고 끓이다가 된장을 진득하게 풀고 바글 바글 끓이면 상에 올려 놓아도 한 소금 족히 끓어올라 식구들은 고향 냄새에 젖게 된다.

별미로 보리 밥에 고추장을 맛있게 비벼 도자기에 소담스럽게 퍼놓고 갖가지 나물을 간장에 무쳐 토기에 옆옆이 담아 놓으면 식탁은 꽃동산이 된다.
식후에는 찬란하게 부서지는 햇살과 청아한 새소리로 여문 모과차를 정성스럽게 끓여내면 찻 잔마다 깊은 산 골짜기를 흘러내려오는 맑은 물소리가 고인다.
섬김을 받는 사람보다 섬기고 품어주는 사람이 아름답고 섬김은 겸손한 인격에서 온다.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벼처럼 머리숙여 기도하는 사람은 목이 곧은 사람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신(神)이면서도 종의 모습으로 자신을 낮추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분의 손은 아름다움의 극치가 아니던가?
사람은 하늘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흙의 성서다.



흙의 노래

사람이
비를 오게 하며
씨앗에 싹을 틔어주고
흙 속에 뿌리를 내리게하며
열매를 맺게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우직한 농부일 뿐

달시계에 맞춰
밭을 갈고
콩을 심으나

거두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 이시니

하늘의 것은
하늘로 돌리며
땅의 것은
땅으로 돌려

그 열매로는
사람을 섬기고
그 영광은
하나님께 돌려 드려야 한다

흙은 한 없이 부드러워
달빛에도 취하고
별빛에도 떨지만

사람으로 인하여
저주를 받기도 하며(창세기 3: 1)


사람이 하나님을 멸시하면
땅은 입을 열어
그와 그의 무리들을
삼켜 버렸고(민수기 16 :31~33)

예수께서는 날 때 부터 눈먼 사람을 위하여
진흙을 개어 그의 눈에 발라주시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게 하심으로
그의 눈을 보게 하셨다(요한 9: 1-7)

땅은 하늘의 뜻을 관통하여
흩어지면 흙이 되고
뭉치면 육신이 되어
생명과 음부의 역할을 한다

사람은 흙그릇 같이 깨어지기 쉬운 흙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나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담고 있어 천하보다 귀하다

사람은 코에 숨이 붙어 있을 뿐 셈할 가치도 없으나
예수의 피 값으로 산 생명이라 그 값은 헤아릴 수 없다

사람은 하늘과 흙으로 빚어진 인격임을 인식하는데서 은혜가
싹트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부터 보배다

어느 결에
흙 바람이
봄비를 몰고 와

이 세상의 제일 낮은 곳에 스며들어
여릿 여릿 새 순이 트고

겸손한 마음에 스며들어
파릇 파릇 영혼의 말씀이 돋아나고

섬김의 땅에 스며들어
이랑 이랑 콩밭이 일렁인다.
작가의 말 | 6
서문 이수영(새문안교회 담임목사) | 9
序詩 | 18
된장 | 21
콩 | 23

제 1장 생명의 땅 |25
생명 | 30
아버지의 옥합 | 32
수진원의 서정시 | 35

제 2장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불타는 땅 | 37
눈길 | 46

제 3장 열매맺는 땅 | 49
남는 장사 | 57

제 4장 아름다운 땅 | 59
낙엽 | 64
된장쟁이 | 68

제 5장 고독한 땅 | 71
상한 영혼의 기도 | 77

제 6장 섬김의 땅 | 81
흙 | 83
흙의 노래 | 87

제 7장 고향 땅 | 93
산골교회 |100
아름다운 초상 | 107

제 8장 순결한 땅 | 113
동치미 | 117
포장김치 | 119
까치밥 | 121
작은 주머니 | 124
선한 농부 | 129
눈 | 131

제 9장 강물이 안고 흐르는 땅 |133
구원하소서 | 138

제 10장 산이 감싸주는 땅 | 155
산기도 | 159
능력 | 164
산은 하늘의 선물 | 171
긍휼 | 180
산에서 만나는 하나님 | 183

제 11장 하늘이 주신 땅 | 189
행복한 죽음 | 194
소원 | 196
십자가 | 198
하나님의 집 | 199
고난의 장 | 205
촛불 | 206
메주통일 | 209
하늘이 주신 땅 | 214

제 12장 사랑의 땅 | 221
엄마 미안해 | 225
엄마의 수첩 | 228
엄~마 | 232
죽음 | 235
思友 | 238
가없는 사랑 | 241

책 뒤에 신봉균(시인) | 244
국민일보[전통장 제조 ‘수진원’의 부녀이야기] - 이지현 기자

“한숟갈 된장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여름의 폭우,가을의 바람,겨울의 돌풍을 견뎌온 경기도 양평 용문면 삼성리의 수진원에 들어서면 전통장 냄새가 꽃잎처럼 바람에 날린다. 풀꽃같이 소박한 ‘머슴 할아버지’가 어느새 나타나 반갑게 일행을 맞으며 “지가 콩이 우리 몸에 제일 좋다는 것을 알고 서울에서 된장을 담가보니 맛이 없더라고요. 알고 보니 오염된 공기와 수돗물로는 장맛이 안난다는 거예요. 그때부터 12년 동안 좋은 물을 찾아 여기 저기 다녀봤지만 여기 물이 제일 좋더라고요”라고 말한다.
따뜻한 햇볕,신선한 공기,맑은 물 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이로운 미생물과 봄의 산수유부터 가을의 국화꽃까지 꽃가루가 날아 들어와야 가장 좋은 된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저 저로서는 공기 중의 이로운 미생물들이 잘 자라도록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2만평의 콩밭이 있어 거기서 재배한 콩으로만 장을 담그고 일절 다른 콩은 들여오지 않습니다. 저는 꿈을 꿔도 된장에 관한 꿈만 꿈니다.”
정연홍 시인(57)이 최근 펴낸 시가 있는 에세이집 ‘하늘이 주신 땅’(도서출판 말씀)에 담긴 그녀의 아버지 이야기이다. 구두약의 대명사로 불리는 ‘말표구두약’(말표산업사)을 국내에서 최초로 생산해낸 사람이며 지난 35년 동안 한국의 전통장을 만들어온 정두하(85) 수진원 원장이 그녀의 아버지이다.
몇해 전부터 꾸준히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시를 쓰고 있는 정 시인에게 수진원은 동쪽으로 떨어져 앉은 ‘작은 에덴’이다. 그녀의 시집 ‘수진원의 시편’에도 이와 같은 마음이 잘 담겨 있다
.그녀의 시 세계의 모태는 수진원이다. 전통장을 만드는 수진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의 섭리와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시의 모티브가 된다. ‘한 숟갈의 된장이 한 식구의 눈물이 되고 맛있는 하늘의 보약이 될 수 있다면…’이란 생각으로 수진원 홈페이지(www.suzinwon.com)를 관리하며 아버지의 가업을 돕고 있는 그녀는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불문학,동 대학원에서 정치학을,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는 등 다양한 학문을 접했지만 결국 찾은 고향은 문학이었다. ‘말씀과 문학’으로 등단한 그녀는 최근 도서출판 말씀사를 설립하고 문서선교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말씀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들을 펴낼 계획이다.
정 원장과 정 시인은 수진원을 하늘이 주신 땅이라고 생각한다. 부친 정 원장이 수진원 농장을 이루게 된 것은 고향사람들이 찾아와 생활이 어려우니 땅을 사달라고 부탁해 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때는 어떤 알지 못하는 큰 힘이 자꾸 나를 강권해 땅을 사지 않을 수 없도록 밀어붙이는 것 같았어요. 마치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늘로부터 내게 땅을 떨어뜨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수진원의 땅은 하늘이 주신 땅입니다.”
정 원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학비가 없어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인 양평을 등지고 서울로 떠났다. 점원으로 시작된 타향살이는 서러웠지만 월급을 모아 17살에 콩나물 공장을 낼 수 있었다. 또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부친은 찬물로 목욕을 하고 새벽예배에 참석하셨고 손녀딸인 정 시인을 등에 업은 채 창호지에 성경을 매일 필사했다. 정 시인은 지금도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창호지의 성경말씀이 숭늉처럼 스며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후 정 원장이 말표구두약을 만들어 KS마크를 획득하고 군대에 구두약을 납품하면서 기업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50세 이후엔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살겠다는 소망대로 고향에 도착해 땅을 개간하며 장맛과의 선한 싸움을 해왔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밖에 버리듯 그는 맛이 없으면 땅에 묻고 다음해에 다시 장 담그기를 반복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제대로 된 장맛을 찾는 데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옛 문헌들을 찾아 공부하고 생존한 수랏간 상궁들을 찾아가 전통장 담그기를 전수받고 임금님 수랏상에 어떤 것이 올랐는지를 공부했다. 그는 2만5000평의 밭에 콩을 재배한다. 매년 11월에 메주를 쑤고,이듬해 1∼2월에 장을 담그고,4∼5월엔 대형 항아리 100여개에 간장과 된장을 뜬다. 이렇게 만든 장을 사려는 이들이 전화주문을 해오면 택배로 보내준다.
정 시인은 “아버지께서는 ‘모든 생명은 하늘로부터 온다’는 신념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무엇이든 나누어야 한다는 삶의 지론이 있었다. 그는 지역주민을 위해 대형 양수기를 설치해 물을 공급해주었으며 양평군 젊은이들에게 영농교육을 시키고 정착금을 지원하는 나눔을 실천했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먼저 장독대로 가는 정 원장. 그는 목자가 어린 양을 품에 품듯이 장독 하나 하나를 어루만지며 쓰다듬어준다. ‘5년 묵은 간장을 손끝에 찍어 맛을 보면 바람도 숨을 죽이고 비구름도 물러간다. 그래서 아버지의 장독엔 깊이 깊이 그리움이 고인다. 가득 가득 기다림이 쌓인다. 오래 오래 정이 묵힌다. 임금님 수랏상에 오를 만한 된장이 되기까지 연단과 시련과 눈물과 갈등이 소복하다.’
그녀의 시 ‘생명’에도 이렇게 노래한다. ‘흙이 있다 생명이 있다/바람이 분다 생명이 분다/꽃가루가 나른다 생명이 나른다/비에 젖는다 생명에 젖는다/강물이 흐른다 생명이 흐른다/장이 익는다 생명이 익는다/그리고 하늘은 모든 생명있는 것들의 생명’
그녀에게 아버지는 고향 땅이며 아버지는 농부이다. 아버지는 자신을 농장에서 가장 낮은 계급인 ‘머슴’이라고 소개한다. 이 부녀가 만들어내는 수진원의 농장 이야기는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와 따사롭게 한다.

양평=이지현기자
정연홍

약력: 한국외국어대학 불문학
          한국외국어대학 정치학
          연세대학교행정대학원 행정학
          [말씀과 문학]으로 등단
          <제20회>창조문학대상

시집: 수진원의 시편들, 님, 녹시, 시가 있는 에세이<하늘이 주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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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하늘이 주신 땅
저자정연홍
출판사도서출판말씀
크기(155*210)mm
쪽수212
제품구성상품설명 참조
출간일2004-07-15
목차 또는 책소개상품설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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