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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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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연홍  |  출판사 : 도서출판말씀
발행일 : 2017-03-24  |  (150*220)mm 165p  |  978-89-955165-4-6
  • 판매가 : 11,000원9,900원 (10.0%, 1,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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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세계관의 집약을 보여주는 이 시집에서 시인이 결론적으로 증거하고 싶어하는 것은, 언어의 치유를 통한 생명의 회복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사랑이다. 정연홍은 사랑의 시인이다. 사랑의 회복이 생명의 분배임을 그는 믿는다. 그래서 시마다 그것을 외친다.

사랑은
그 죽음 안에
생명이 있더라

예수를 사랑하면
그의 죽음도 내 안에 살고
세월이 감기면
생명도 깊어져
눈물진 강물에 쓸려
빛나는 진주를 생성하고

‘사랑은 생명’ 중에서

십자가는
사랑의 꽃

그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마음을 적시면
죄가 씻기고

그 핏물이
한 방울 한 방울
감승을 물들이면
생명이 다시 핀다

사랑이 눈부시다

‘십자가’ 중에서

어디 이 시들 뿐인가. 그의 시들은 생명과 사랑의 노래들로 가득하다. ‘생명의 향기’, ‘다시 찾은 첫사랑’, ‘내리 사랑’, ‘종의 사랑’, ‘말씀 사랑’, ‘사랑은 하나’에서 보면 잘 나타나고 있다. 그의 제의는 사랑의 제단을 갖추고 있으며 그의 기도는 생명의 향을 피우고 있다.
시인은 마치 눈물을 새내처럼 흘리면서(애3:48) 민족 공동체를 걱정하고 사랑한 선지자 예레미야처럼, 금송아지가 있었던 “벧엘이나 브엘세바, 길갈로 가지 말라. 너희는 야훼를 찾으라. 그러면 살리라”(암 5:4)고 외친 아모스처럼 ‘땅에 것’을 찾으며 병들어가는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을 향해 진정한 사랑과 생명의 가치, 그 영원성을 분연히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 김상길 시인 목사(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이사)
'아버지의 원대로'(막14:36)는
아들의 절창입니다

예수의 시는
하나님은 아버지이고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버린
사랑의 완성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전부였듯이
아들도 아버지의 전부였습니다

우리에게도 예수의 아버지만이 우리의 아버지가 될 수 있고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만이 우리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음은

신이 아들을 통해 화목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못 박은 모든 사람을 품어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영원하여 헤아릴 길이 없고
인간의 사랑은 바람같아 잡을 것이 없지만

한 올 실낱같은 우리의 사랑도
하나님의 사랑과 묶이면 황금실로 풀려

말씀의 등불을 켜고 사랑이신 그분과 함께
시 한줄로 밤이 깊어졌고 새벽이 열렸습니다

언제나 제 시와 작품을 따뜻하게 여며 주시는
김상길 시인의 시평은 새벽 이슬처럼 아름답습니다

이 책의 표지와 디자인과 편집에는
유화선 발행인의 정성과 눈물이 진주처럼 고여있습니다

기도가 일렁이는 그의 표지 그림 '평화가 흐르는 나라'에는
이랑 이랑 통일의 물결이 흘러온 하늘을 시로 적십니다

말씀으로 시를 쓰게 하시고
시로써 기도하게 하심으로
원 없이 살게해 주신 분께
마음꽃 한 다발 드림니다

시가 부슬부슬 내리는 삼월에
정연홍
- 시인의 말 중에서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


아버지여,

지금까지

사람 들으라는 구국기도는 많았어도
당신 들으시라는 구국기도는 없었습니다

어둠이 가실 때까지

사람의 뜻을 이룬 브니엘기도는 있었어도
당신의 뜻을 이룬 겟세마네기도는 없었습니다

동이 틀 때까지

십자가를 놓고 경계선을 넘는 통일 사업가의 햇살기도는 있었어도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가는 한민족의 제물기도는 없었습니다

반백년이 넘기까지

정치가는 정권 잡기 위해
기업가는 재물 얻기 위해
작가는 이름 내기 위해
통일을 외쳐 왔습니다

동족의 신음과
배고품과
피눈물에는
찢어지는 가슴이 없었습니다

아버지여,

저문 세월
손에 손잡고

실핏줄 같은 생명책을 품고
사랑 찾아 떠나게 하소서

절망의 산을 넘고 슬픔의 강을 건너서
당신의 땅에 피의 말씀을 풀게 하소서

마주 보는 눈동자마다
당신의 얼굴을 보게 하소서

우리 안에 계신 당신을
형제의 눈물로 보게 하소서

사랑의 형장을 적신 보혈로써
한민족이 하나 되어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요4:24)



아바 아버지

기도는 생명의 숨이라

예수께서 육체로 계실 때
자기를 죽음에서 구할 수 있는 분께
긴긴밤 지새우는 눈물로 간구했고

죄인을 향해 차오른
하나님의 쓴 잔을 마셔야 하는 지경에서
진노를 무르는 눈물비로 간청했다

"아바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막14:36)

아들의 탄원은
아버지의 침묵의 벽에 부딪쳐
땀방울을 핏방울로 고으는
마음의 섬이었다

겟세마네의 절원 에서
갈보리의 절규 까지

예수가 울부짖은
기도의 대상은

눈물이 골짝난
재판장이 아니라

눈물이 어리면
눈물이 고이는
아빠였고

피부를 맞대면
피가 통하는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뜻을 쫓는
아들의 피묻은 사랑이

아버지의 소원인
구원과 공의를 이루었다

아들이 대신 죽은 십자가 속에는
아버지의 사랑과 정의가 숨어있어

아들의 피로
하나님의 자녀된 우리도

그분을
아바 아버지라 부르면

아들의 눈물이
아버지의 강에
뚜욱 뚝 떨어져

염려는 염원이 되고
눈물은 진주가 되며
고통은 면류관이 되어

그 끝에서
여무는 소리는

언제나

아바 아버지다





부정(父情)


아버지의 뜻을 따라
아들이 세상 죄를 지고
십자가에 달렸을 때

땅은 물 한방울도 인색했고
하늘은 빛 한 줄기도 외면했다

죄는 하나님과 사람을 분리시킨다

만삭의 어둠 속에서
아들은 부르짖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27:46)

침묵도 들으시는
하나님은

아들의

그 탄식과
그 고통과
그 고뇌에
아들에게로 땡기는
마음결이 찢어졌다

아들의 영혼이 떠났을 때

죽은 것은

생명이 아니라 죽음이었다

소망이 아니라 절망이었다





영혼의 기도


영혼은
하나님으로 부터 와서
하나님께로 돌아간다

사랑도
하늘로 통하는 문이고

하나님과 함께 함이 가장 행복하고
그분께서 지켜 줌이 가장 평안하다

예수님은

죄덩어리로 못에 박혀
핏덩어리로 숨지기 전에

아리고 아픈 자신의 영혼을 아버지께 의탁했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눅23:46)

사랑의 형틀을
아버지의 가슴인 양 베고 잠들었다

사람들은 십자가에서
그리움의 무게로 목이 휘어진
하나님을 보았다

우리도
아들의 입술에 담았던
영혼의 기도를 통하여
아버지께로 간다



구원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기 위해

외아들을 보내신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라면

외아들의 십자가 형벌은
하나님의 정의다

이 온전한 뜻을 이루기 위해서
예수님은 죽기 까지 순종하였다

십자가는 아버지의 뜻이지
아들의 뜻은 아니었다

죽음의 속전은 죽음 뿐이라

사랑이 순종의 동기였고
죽음이 사랑의 결과였다

죽음에 이어질 수 있는 사랑만이
아버지의 뜻을 이룰 수 있었다

사랑은 죽음을 잉태하고
죽음은 생명을 낳으므로

구원은 십자가의 예수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



언약


말씀에는
신심 깊은 자녀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
진주처럼 글썽이고 있어

당신의 일로
구슬땀 머금은 얼굴 위로 떨어지면
뜨겁게 언약이 맺혀

선을 행할 땐
항상 설렘으로 함께 하시고

위험한 곳을 갈 땐
언제나 앞에서 인도하시며

지난한 사랑을 할 땐
어김없이 뒤에서 밀어주신다

퍼렇게 멍든 신음소리에는
절절히 언약이 감겨

고뇌의 외침이 심중에서 일 땐
마음에 고이 쟁여두시고
고통 찬 부르짖음이 기도로 발할 땐
측은지심을 가누지 못하시며

물살 센 울부짖음이 하늘을 울릴 땐
강한 팔로 불의와 싸우신다

하늘 아버지께는
가르지 못할 바다가 없고
이루지 못할 언약이 없다


*너희에게 아버지가 되고 너희는 내게 자녀가 되리라(고후6:18)



걸작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어느 식물에게 지혜를 마르지 않게 하셨던가

어느 물고기에게 영감을 번쩍이게 하셨던가

어느 동물에게 기도의 영을 넘치게 하셨던가

어느 천사에게 자유의지를 누리게 하셨던가

이 모든 것은 사람에게만 주시어

인형이 아니라 인격체로서
당신과 존귀한 관계를 갖고자

우리 마음을 순결하게 하시어

귀와 눈으로는 말씀에 끌리고
입으로는 창조주의 사랑을 읊으며
얼굴로는 그분의 영광을 우러러
자기의 형상을 반사하게 하셨다

인간은
창조의 꽃구슬이고
창조자의 가슴이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창1:27)



영분별


세상의 신은

경제를 파탄시키고
주민을 기아로 내몬
한 독재자의 죽음으로

세상을 한바탕 농락하고는

회칠한 분단의 무대 위에서
눈물의 바다를 연출했지만

영혼의 대지 위엔
맑은 이슬 한 방울도 만들지 못했고

썩지 않는 고통만
영원한 슬픔에 안치하였다

누가 기진맥진한 땅에
눈물샘을 터트려
큰 산이 눈부신 수채화를 그리게 하겠는가

누가 동토의 땅에
의의 태양을 떠올려
언 강물이 마음껏 춤추게 하겠는가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요일4:1)



사랑이어라


창조주의 심장인 외아들이
하늘의 영광을 떠나

죄악이 뒹그는 세상에
사람의 몸으로 태어났어라

자신의 특권으로
세상의 왕이 될 수도 있었으련만

자신을 낮춰 비참한 모습으로

조롱의 자색옷을 걸치고
멸시의 갈대 홀을 쥐고
고통의 면류관을 썼어라

넘실대는 바다를 걸으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을 아버지께로 모음으로
아들은 아버지께로 가는 길이어라

사유의 사유로 가르치는 일에도
자신의 신념을 펼치지 않고
아버지의 말씀을 세움으로
아들은 아버지께로 가는 진리어라

시체가 일어나 무덤을 나오게 하고도
자신의 영광은 그늘로 몰고

아버지의 영광을 살리므로
아들은 아버지께로 가는 생명이어라

세상이 있기 전에 계셨던 분

십자가에서도
아버지의 마음이 북받쳐

쩍 벌어진 가슴에서
벌겋게 담금질된 그리움이
뚝 뚝 떨어지던 분

사랑이어라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 시인의 말 |

묶음1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 | 20
아바 아버지 | 23
부정(부정) | 26
영혼의 기도 | 28
구원 | 30
언약 | 32
걸작 | 34

묶음2
영분별 | 38
사랑이어라 | 40
사랑은 하나 | 42
사랑은 생명 | 43
사랑은 천국 | 44
말씀 사랑 | 46
내리 사랑 | 47
종의 사랑 | 48

묶음3
임마누엘 | 52
포도나무와 가지 | 54
기도로 당신을 노래하게 하소서 | 55
십자가 | 56
말씀 | 57
용서 | 58
십자가의 길 | 60
믿음 | 61

묵음4
꽃편지 | 64
바람 속에도 영원이 | 65
무른 마음에게 | 66
요람 | 68
덕연에게 | 70
눈물 깊은 아들에게 | 72
영혼의 가락 | 73

묶음5
생명의 향기 | 80
주바라기(2) | 82
주바라기(3) | 83
서러운 눈물 | 84
다시 하는 첫 사람 | 86

묶음6
씨와 시 | 96
님의 시 | 98
시와 눈물 | 99
완전한 시 | 100
가슴에 품고 온 시 | 101

묶음7
놀라운 분의 작품 | 114
관점 | 116
악인과 의인 | 118
꽃제비가 구슬피 울면 하늘이 젖는다 | 120
임재 | 123
평화가 흐르는 나라 | 124

묶음8
정박 | 130
그 이름 | 132
맑은 마음 | 133
다리놓기 교회 | 134
눈 | 136
시(3) | 137
아버지의 땅 | 138

묵음9
오, 아버지! | 142
한 숟갈의 은총 | 145
땅에서도 누리는 영원한 하늘 집| 146
조화 | 147
귀로 | 148
언 세상의 당신이 | 150
아버지의 원대로 | 152

시평 | 152
상한 시대를 치유하는 생명의 노래 / 김상길
|詩評|

상한 시대를 치유하는 생명의 노래
-정연홍의 천부와 육친의 사부곡(思父曲)

김상길(목사,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이사)


1. 상처를 치유하는 영원한 생명의 언어

스펜서는 “시는 보통 이상의 한계를 지닌 신성한 본능이며 비범한 영감이다”라고 말했다. 정연홍의 언어를 보면 이 말을 실감한다. 시인은 단순히 사유적이고 종교적인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다. 그의 시어에는 비범한 영감이 있다. 그것은 개인의 고통을 공존하는 시대의 상처로 투영시키고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로 승화시키는 영성이다.
빅톨 프랭클린은 “고통에서 의미를 발견하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인은 고통에서 의미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고도의 신앙으로 승화시키고, 삶의 현장에서 역동하는 하나님의 섭리와 축복을 빈사의 백조처럼 절창(絶唱)으로 증거하고 있다. “씀바퀴에도 꿀이 있다”고 했던가. 시인은 고난에서 역동하는 은혜를 발견한다.
종교시, 믿음의 시는 두 가지 세계를 요구한다. 첫째는 창조주의 구원과 섭리를 공감적인 언어로 고백하는 세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완성도 높은 문학적 세계,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연홍은 두 가지 세계를 확보한, 축복받은 시인이다. 무엇보다 시인은 감상적인 자연을 음미하는 서정의 차원을 넘어 상처받은 시대 앞에선 사명자의 경건한 제의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더욱 높이 평가된다.
W.H. 오오든은 “한편의 시는 하나의 의식이다”라고 말했다. 시인은 종교적인 언어 앞에서 참 경건한 사람이다. 그는 시의 제사장이다. 그의 제의적(祭儀的) 시어들을 보면 경건함이 빚어낸 언어들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도 바울의 권면은 이 시대 정연홍 시에서 이어진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 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1-2)
제의적 시어가 가득한 이 시집은 기독교세계관의 제단이다. 이번에 상재하는 ‘아버지의 원대로’에서 시인의 깊은 내면의 기도를 들을 수 있다. 기도의 본질은 무엇인가. 절대자의 뜻을 구하는 것이 아닌가. 시인은 이 시집에서 한결같이 ‘아버지의 뜻’을 완성도 높은 시어로 탐색하고 증거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의 뜻을 이룬 브니엘 기도는 있었어도
당신의 뜻을 이룬 겟세마네 기도는 없었습니다

동이 틀 때까지

십자가를 놓고 경계선을 넘는 통일사업가의 햇살기도는 있었어도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가는 한민족의 제물기도는 없었습니다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 중

브니엘 기도와 겟세마네 기도, 햇살기도와 제물기도를 대비시켜 소유와 섭리를 증거하는 시인의 언어구사가 경이롭다.


시인에게 있어서 주의 뜻을 이루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구원받은 존재로서 언약을 확인하는 것이다. 시인은 구원의 노래를 이렇게 부른다.


십자가는 아버지의 뜻이지
아들의 뜻은 아니었다

죽음의 속전은 죽음 뿐이라

사랑이 순종의 동기였고
죽음이 사랑의 결과였다

죽음에 이어질수 있는 사랑만이
아버지의 뜻을 이룰수 있었다

사랑은 죽음을 잉태하고
죽음은 생명을 낳으므로


‘구원’ 중에서



시인의 구원관은 명확하다. 죽음의 열매다. 희생의 은혜다. 그래서 그 구원을 향한 언약의 복귀가 진정한 가치며, 그 진정한 가치를 감동적이고 은혜로운 시어로 노래한다.


말씀에는
신심깊은 자녀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
진주처럼 글썽이고 있어

중략

하늘 아버지께는
가르지 못할 바다가 없고
이루지 못할 언약이 없다

‘언약’ 중에서


기독교세계관의 집약을 보여주는 이 시집에서 시인이 결론적으로 증거하고 싶어하는 것은, 언어의 치유를 통한 생명의 회복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사랑이다. 정연홍은 사랑의 시인이다. 사랑의 회복이 생명의 분배임을 그는 믿는다. 그래서 시마다 그것을 외친다.


사랑은
그 죽음 안에
생명이 있더라

예수를 사랑하면
그의 죽음도 내 안에 살고
세월이 감기면
생명도 깊어져
눈물진 강물에 쓸려
빛나는 진주를 생성하고

‘사랑은 생명’ 중에서

십자가는
사랑의 꽃

그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마음을 적시면
죄가 씻기고

그 핏물이
한 방울 한 방울
감승을 물들이면
생명이 다시 핀다

사랑이 눈부시다

‘십자가’ 중에서

어디 이 시들 뿐인가. 그의 시들은 생명과 사랑의 노래들로 가득하다. ‘생명의 향기’, ‘다시 찾은 첫사랑’, ‘내리 사랑’, ‘종의 사랑’, ‘말씀 사랑’, ‘사랑은 하나’에서 보면 잘 나타나고 있다. 그의 제의는 사랑의 제단을 갖추고 있으며 그의 기도는 생명의 향을 피우고 있다.
시인은 마치 눈물을 새내처럼 흘리면서(애3:48) 민족 공동체를 걱정하고 사랑한 선지자 예레미야처럼, 금송아지가 있었던 “벧엘이나 브엘세바, 길갈로 가지 말라. 너희는 야훼를 찾으라. 그러면 살리라”(암 5:4)고 외친 아모스처럼 ‘땅에 것’을 찾으며 병들어가는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을 향해 진정한 사랑과 생명의 가치, 그 영원성을 분연히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2. 사부곡(思父曲) - 그 영원하고 아름다운 기도

애절한 사랑은 노래가 되고 시가 된다. 혈연관계에서 비롯된 사랑은 더욱 그렇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돌아가신 선친 정두화 수진원(修眞園) 회장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노래하고 있다.
수진원은 양평에 위치한 3만평 규모의 장 농장이다. 시인의 선친은 말표 구두약의 창업자다. 정말 말처럼 잘 나가던 50대 중반, 그는 경영을 접고 양평에 콩을 심고 장을 담갔다. 수진원의 슬로건은 “모든 생명은 하늘로부터 온다”였다. 그래서 자신의 호도 ‘머슴’이라고 지었다. 하늘과 땅과 생명을 아는 그도 시인이었다.
선친은 애국자였다. 강직하고 검소했다. 그는 평소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매스컴에 광고 한번 안 하기로 유명한 사업가였다. 그 돈이면 가난한 사람 한 사람이라도 더 도와주어야한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가는 아버지-. 이 시대의 아버지 자화상이다. 시인은 그 누구보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했다. 아버지의 영혼과 시대의 아픔도 사랑했다. 무엇보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단순히 육신의 아버지로 이어가지 않고 영생을 얻은 중생의 존재로 인식하고 표현하고 있다. ‘가슴에 품고 온 시’를 보면 종교에 귀의하는 아버지를 얼마나 소망하고 있는가가 잘 나타나 있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땅에 누이고
그리움은 안아 가슴에 품는다

아버지는
나의 생각과 기도 속에서
한번도 빠져본 적이 없었다

한평생 걸었던 묵상의 길도
종착지는 생명의 나라였다

‘가슴에 품고 온 시’ 중에서


시인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언제나 사랑을 안고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것은 천부의 모습을 닮은 것일까.

돌아오지 않을 아들을 고대하다가
생이 기울었건만
기다림은 저물지 않아
수진원의 꽃가루는 그리움으로 휘날렸다

그 속에는 크신 분의 가슴이 살고 있어서
해가 시들면
먼데서 돌아오는
아들의 발자국 소리가 이을 줄 몰랐다

‘가슴에 품고 온 시’ 중에서

(대학에 시험 보러 갈 때)

점심 식사 후 다시 교실에 들어갔을 때
나는 제일 늦게까지 시험을 보았고
아버지는 끝나는 시간까지
제일 오래도록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계셨지

. . . .

이제 아버지는 가셨어도
아버지는 천국 문에서 친구들과 함께
제일 저리게 나를 기다리고 계시겠지

‘오, 아버지!’ 중에서

그러나 시인의 사부곡은 연민의 정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선친의 인생을 재조명하고 인생의 근간이었던 철학이 이 땅에서 ‘아버지의 원대로’ 구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것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의 진정한 모습이며, 물질만능으로 세속화되어가는 현대 사회의 가치며, 문학적 가치를 더해주는 값진 산물이다. 그것이 ‘아버지의 땅’에서 잘 나타난다. 토지는 개인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은혜를 나누는 공개념으로 인식하고 하늘의 뜻과 공동체를 위해 돌려주어야 한다는 철학이 시어로 빛을 본 작품이다. 혈연의 정을 표현하는 시를 넘어 기독교 문학의 한 차원을 끌어올린 수작이다. 바로 정연홍의 예술의 세계와 문학의 가치를 보여주는 탁월한 작품이기도 하다.

별똥 떨어지는
아버지의 땅은
푸른 시선을 위해
주신 분께 돌려 드려야 하리

생수 터지는 아버지의 땅은
목마른 영혼을 위해
주신 분께 돌려 드려야 하리

논과 밭이 풍성한
아버지의 땅은
허기진 길손을 위해
주신 분께 돌려 드려야 하리

두 강이 하나되어 흐르는
아버지의 땅은
한강의 기적을 위해
주신 분께 돌려드려야 하리

‘아버지의 땅’ 전문


언어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일시적인 것과 영원한 것. 정연홍 시인이 그렇게 기도하며 연금하듯 다루는 언어는 생명이 담긴 영원한 언어다. 천부와 육친의 사무친 그리움을 담은 ‘아버지의 원대로’ 시집은 영원한 언어가 별처럼 담겨 있다.
정연홍

약력: 한국외국어대학 불문학
          한국외국어대학 정치학
          연세대학교행정대학원 행정학
          [말씀과 문학]으로 등단
          <제20회>창조문학대상

시집: 수진원의 시편들, 님, 녹시, 시가 있는 에세이<하늘이 주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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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아버지의 원대로
저자정연홍
출판사도서출판말씀
크기(150*220)mm
쪽수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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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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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정연홍) 신간 메일링   출판사(도서출판말씀) 신간 메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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