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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랑토 안혀야   성현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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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성현식  |  출판사 : 창조문예사
발행일 : 2021-05-10  |  (133*205)mm 152p  |  979-11-8654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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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시학

시인이자 목회자인 성현식의 두 번째 시집이다. 보통 사람들의 시심을 일깨워 주는 성현식의 시는 쉽고 편하면서 의성어와 의태어의 적절한 사용, 실감나는 전라북도 향토어로 읽는 재미도 넘친다. 믿음을 바탕으로 눈앞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함이 잘 스며들어 있다.


[출판사 리뷰]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나는 시인인가.
더러는 나보고 시인이라는데
‘ㅈ’을 ‘ㅅ’으로 잘못 쓴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시인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그러자니 모자라 두렵고
안 그렇다 하자니 오만한 거 같고.
오월엔 이팝나무꽃이나 찔레꽃더러 시라,
가을엔 붉은 잎새나 노랑 국화보고 시라 하고,
그걸 좋아라 하는 이에게 ‘시인이다’, 그러면 좋겠죠.
나는 정말 시인인가. 부끄럽기도 합니다만……
시인으로는 탐욕 없이 나누며 살면 되기는 하겠지만
우월하게 난 자로는 살지 않으려고요.
거북이 하나가 나무 꼭대기에 터 잡고
바람을 술렁술렁 타며 좋게 살 수 있을까요?
꼭대기에는 뭐 하러 올라가려는 건지……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면 좋겠습니다.
_ 「시인의 말」
어쩐댜, 우리

수도가 얼지 말라고 밤새
꼭지를 열어 두었지
돈이 많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물은 알량나게만 덜어 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물소리는 살아 보시락대는데
아아, 어쩐댜
하수굴이 물 내리기를 그쳐 버렸네
반란인가, 얼음 둑을 두텁게도 쌓았네
간밤에 추위는 발도 손도 아닌
더딘 물 내림만 맨맛허니 얼렸구나
나에게로 오는
또는 너에게로 가는
마음 같은 것이 물처럼 흐른다면
약소하게도 몸짓하는 시한 깊을 적엔
어쩐댜, 우리


여유

7.2%
모처럼 월급이 올랐다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
한 칸 더 쓸 수 있겠다

치약 짜는 길이
참견하지 않아도 괜찮겠다

그런 마음이 든다


꽃인 줄도 모르는

도드라지게
붉게 피는 꽃
떨어지는 아픔이 크다

빼어나게
순결스레 웃는 꽃
시드는 상처가 깊다

들풀 숲에 숨어
좁은 자리에서 어우러져 사는
꽃인 줄도 모르는
꽃, 평안히
사랑하는 날이 길다

무슨
무슨 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암시랑토 안혀야

풀꽃잎 정수리에
소낙비 몇 줄기가 곤두박질치다
아차, 너무했구나 싶어
아프지 않아요? 하며 비는 미안해합니다
꽃잎은 젖은 얼굴로
괜찮아요, 그럽니다

흰나비 날개옷에
들바람 몇 가닥이 설쳐 대다가
아차, 너무했구나 싶어
힘들지 않아요? 하며 바람은 위로해 줍니다
나비는 파닥거려 보이며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럽니다

우리 할매 맨얼굴에
나잇주름 몇 고랑 뻗대다가
아차, 너무했구나 싶어
서럽지 않아요? 하며

주름이 무안해하고 그랬더라면
그이는 아마 그때에 어먼 소리라도 하듯
나, 암시랑토 안혀야
그랬을 겁니다
먼 산을 그윽히 바라다보며


바다와 손바닥

내 생애가 바다다
워낙 넓고 커 끝이 안 보이더니
저수진가 호순가로 둑이 막혀
넓이가 눈에 들어오고
나의 평생은 이제
약 먹을 물병만 하다
들고 다닐 만하여 홀가분하니
나날이 세월이 빠져나간다
물병에서 물이 줄고
약병에서 약 알들이 줄어들 듯
점점 비어 간다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다시 채울 수나 있나
어쩌다 보니 내 삶의 부피가
약 한 움큼 쌓인 손바닥이다
모래알 같은 시간들은 그럼에도 여기
또 저 벽 너머에 아직 남아 있다


달과 박

초가지붕에 비껴 세운 바지랑대를
덩굴손으로 잡고 기어올라
박 넝쿨은 큼지막하니 박을 낳았다
달덩이 같다고 할머닌 좋아라
쪼개어 박적을 만들 꿈을 밀어 올렸지만
어린 나는 먹잘 것 없는 그걸 본체만체하였다
장독대 돌머리에 박살이 나거나
배 갈려 속 들어낸 쪽박이 되거나
박들은 오른 제 높이만큼 떨어져야 했다
박이 둥글던 자리 위에는
달이 둥실 자라가며 몸을 놀린다
어머닌 달만 봐도 배부르다며
달덩이 같은 내 새끼라 하였지만 커 가며
난 점점 야위는 쪽달이 애처롭기도 하였다
볼살은 다시 차오를 터인데……
가령 누가 박을 좋아하거나 말거나
달을 또한 만족해하거나 아니거나
그건 자유, 님들 맘대로다
시인의 말

첫 번째 노래 · 바람이 부려 놓은 봄 한 짐

2월 중순인데
바람꽃 사연
해의 사랑
일생
행복할 수 있다면
새라면
홍매화를 기다리며
행복한 아침
뭐가 좋으냐
수선화의 미소
오늘 하루는
나의 뜰에
강가에
철드는 중이다
눈길로
숲으로 가자
어쩐댜, 우리
나의 시
여유
꽃인 줄도 모르는

두 번째 노래 · 나 암시랑토 안혀

쑥국
은파 호수
암시랑토 안혀야
쇠전에 다녀오는 길
가고 싶다 그 길
만경강 새들이
더위 한입
가을 들판에 온 바람
그믐달 연가
느긋한 오후에
솔잎들의 노래
행복 모독
지리산 단풍
비비정 노을
부부
얻다 쓴댜
무슨 노릇
호박꽃 필 때
바다와 손바닥
하늘을 봐

세 번째 노래 · 가나안은 멀지 않다

믿는다는 게
붕어찜
가나안이 멀다는 것은
참 부지런하다
바퀴를 돌리며
비가 좋다는 말
기도하는 날에는
등기하기
천사의 나팔꽃
노을이더라
기도빨
당신이 있으므로
주일 학교 반사
장미꽃 할미
우는 자와 함께
그림이 된 너
강아지 팔자
산다는 것이
시월의 소원
평온

네 번째 노래 · 바이칼호로 간다

햇빛 나누기
텃밭에
이팝나무꽃
밥 짓는 까닭은
쪽녀
바이칼호로 간다
눈과 기차
장마 끝엔 장미가 있다
그 섬에
태풍에게
달과 박
새우잠
그런 법은 없죠
비빔밥으로
아무도 묻지 않는다
가을의 무게
요즘 생각
바다와 별
오늘의 할 일


시인과의 추억_ 소재식
시 감상평_ 임용진
시 해설_ 박일용
성현식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암시랑토 안혀야』를 낸다는 소식을 참으로 반갑게 접했다. 그가 품고 있는 삶의 체로 잘 살피고 굽어보고 돌아본 것들을 차근차근 담아 올렸을 것이다. 이런 사람을 친구로 둔 것은 내 삶에 커다란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성 시인과 함께 나눈 시간이 많았고, 내 삶에 영향을 끼친 친구이기도 하다.
_ 소재식(에세이스트)


시에도 고담준론이 있고 해일과 지진 같은 게 있다. 그러나 성 시인은 그처럼 크고 높고 강렬한 것보다 자기 눈으로 가늠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일상의 시를 쓴다. 이는 문학적 수분(守分)이다. 그의 시에 수없이 나오는 게 바람, 노을, 해, 달, 별, 촌에 널린 식물과 나무 이름이다. 그 평범함을 반복하면서도 “주절주저리 떠벌릴 생각이 없”(「나의 시」)이 절제하며 싱긋싱긋 “서두를 것 없는 편짓글같이”(「바람꽃 사연」) 전해 주는 것이 성 시인의 매력이다. 그는 남보다 잘 쓰려고 하지 않고 자기의 시를 더 잘 쓰고 더 조탁하려 한다.
……(중략)……
시단이 소단(騷壇)이라 다양한 시끄러운 게 일상사라 하지만 남이 알아주는 데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현대사회에서는 시가 내는 소음도 경쟁적으로 커지기 일쑤다. 문학에도 ‘관종’(=관심 종자)이 있는지 남보다 튀는 시어와 이미지로 독자 눈길을 끌려 한다. 하지만 성 시인은 “이기고 탑 쌓는 일상”이 무거워 “바람에 뜬 빗소리조차” 말리는 타입이다. 그는 남이 주는 훈장엔 관심 없고 제 주위에 부는 바람과 거기 실린 하잘것없는 빗소리조차 말리면서 경량화해야 안심하는 타입이다. 소심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이런 점이 성현식 시의 특징이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이는 누구나 가진 평범 속의 비범이며 조촐함 속의 치열함이다. 그런 평범과 조촐이 자주 우주적 공감으로까지 연결된다.
……(중략)……
나는 시인의 가장 큰 존재 이유 중 하나가 시인 아닌 보통 사람의 시심을 일깨워 주는 데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성현식 시인에게 고맙다. 쉽고 편한 그의 시를 읽노라면 메마른 내 입과 가슴이 어느새 젖어 든다. 그의 시는 설교하거나 떠벌리지 않고 혼자 중얼거리지만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같이 나직이 중얼거리게 된다.
_ 임용진(『새전북신문』 논설 고문)


시를 해설하는 글들을 보면 오히려 시보다도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모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흔하다. 성현식의 시들은 그대로 독자들의 가슴에 따뜻하게 스며들어 해설이 필요 없는 시다. 이런 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서 벽두부터 현학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이 글이 췌사에 불과하다는 걸 고백한 것이다. 아니 그의 시 해설 자체가 애초 췌사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서두부터 난삽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의 시가 왜 해설 없이도 독자들의 가슴에 따뜻이 스며드는가를 설명해 보고 싶어서다.
성현식의 시집 『암시랑토 안혀야』에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시어, 시적 대상은 ‘꽃’이다. 일상적 현실에서 ‘꽃’이란 기표는 생식 과정과 관련된 식물의 한 부분이라는 외물로서 아름답다는 기의적 속성을 갖는 것으로 인식된다. 시인은 ‘꽃’이라는 기표를 ‘인간’이라는 기표로 치환하여 아름답다는 꽃의 기의를 인간이란 기표에 전치(轉置)시킨다. 다시 말해서 세계의 모든 사물, 그 가운데서도 인간을 ‘꽃’으로 보면서 그 꽃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린다는 뜻이다.
……(중략)……
성현식 시인은 시골의 조그만 교회에서 ‘꽃이면서 스스로 꽃인 줄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주님의 뜻을 찾아가는 목회자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편안함은 눈에 보이는 것 뒤에 있는 고요한 질서, 그 고요를 다스리는 ‘그이’의 존재에 대한 단단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살아, 믿는다는 게 / 참 든든하다”고 이야기하듯이, 시인이 ‘그이’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눈앞의 현실을 따뜻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그 따뜻함이 독자들에게 절로 스미는 것이다.
시인으로서 목회자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성현식은, “서두를 것 없는 편짓글갗이 / 어떨 적엔 귀띔도 없이 당도할 / 우체부의 발걸음같이 총총히 무얼 기다리는 // 그러한 여느 일상을 / 일기장에 하듯 두고두고 / 이 산 흙 위에 적어 두는 //소문 없이 이름난” “바람꽃”이다.
_ 박일용(홍익대학교 교수)
성현식
완주 봉동에서 나서, 전주와 서울에서 공부하였다. 하나님 은혜로 세 자녀를 두었고, 현재 삼례에서 목양 사역을 하고 있다. 『창조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시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시집 『암만해도 가봐야 할랑개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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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암시랑토 안혀야
저자성현식
출판사창조문예사
크기(133*205)mm
쪽수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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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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